[앵커]
"성서에 나올 홍수다"
석 달 동안 폭우가 쏟아져 전 국토의 3분의 1이 잠긴 파키스탄에서 나온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수해 복구할 돈이 나올 데가 없습니다.
물가, 환율은 오르고 재난에 성장률까지 발목 잡히면서 오히려 국가 부도 위기로 몰리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사람과 자연이 동시에 만든 경제난에 휘말린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재혁 기자입니다.
[기자]
석달 간 폭우가 덮친 파키스탄.
멀쩡했던 마을은 사라지고 대신 호수가 생긴 듯 합니다.
낮은 지대 가옥과 농경지는 물에 잠겼고, 키큰 나무와 고지대의 집들만 마치 섬처럼 둥둥 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성 사진에서도 물에 잠긴 파키스탄의 모습이 여실히 확인됐습니다.
각각 지난달 4일과 28일 파키스탄의 남동부 인더스강 하류 주변 신드주를 찍은 위성 사진을 비교하면 20여 일 만에
대지가 거대한 호수로 변했습니다.
좁은 폭의 강이 폭우로 범람하면서 주변을 완전히 물바다로 만든 겁니다.
유엔에 따르면, 6월 중순부터 시작한 폭우로 1100명 이상이 숨지고 인구의 7분의 1인 3300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수재민들이 몰린 캠프에는 위생 관리도 안 되며 전염병 노출 위험도 커졌습니다.
[문담 알리 / 이재민]
"임신 7개월인데 비가 와서 집이 무너져서 대피했어요. 허리가 많이 아프고 기침도 나요."
이번 홍수를 최악의 재앙이라고 선언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피해 복구에 100억 달러, 우리 돈 13조 6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송민희 / 파키스탄 현지 교민]
"(음식 등) 가격이 뛰었고 집 값은 또 굉장히 많이 오르고 있고요. 부자들 집에 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3천㎞에 달하는 도로, 철도, 에너지망 구축 등을 위해 700억 달러 이상 국가 부채를 지고 있던 파키스탄에게 홍수는 치명타나 다름없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몰고온 에너지난과 식량난,
이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를 견제하려는 미 연준의 긴축기조가 파키스탄 같은 신흥국에 통화 가치 하락과 부채 비율 상승 등의 악재가 된 가운데 최악의 홍수가 불러온 생산성 악화는 국가 부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파키스탄처럼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며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던 남아시아의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역시 에너지난, 달러 강세, 외화 유출 등에 기상 이변까지 겹치며 IMF 구제 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조충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원]
"수출 산업이 제대로 안 돼 있어서 넉넉한 양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나라들은 비슷한 상황에 다 처해 있습니다."
전쟁과 금융위기, 기상이변까지 겹친 신흥국들이 초대형 복합 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재혁입니다.
영상취재 : 이락균
영상편집 : 정다은
김재혁 기자 winkj@ichannela.com